출판물 신간도서 상세보기
『일본풍토기』, 『일본풍토기』 의 역사적 배경
김시종의 두 번째 시집 『일본풍토기』는 첫 번째 시집 『지평선』으로부터 2년 후인 1957년 11월 고쿠분샤에서 출간되었다. 『일본풍토기』에 수록된 작품은 주로 1956년부터 57년까지 쓰여진 28편과 『지평선』에서 재수록된 3편을 포함하여 총 31편이었다. 또한 『일본풍토기』는 주로 56년부터 60년까지 작품 29편을 수록하여 1961년경 이즈카에서 출판할 예정이었다. ‘출판 예정’이었다고 쓴 것은 1955년 결성된 재일조선인총연합회에 의해 출판사가 압력을 받아 『일본풍토기』 출간 자체가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두 시집과 관련된 역사적 배경과 관련해서 관심을 끄는 것은 『일본풍토기』의 「후기」일 것이다. 짧지만 두 시집을 읽는 데 중요한 포인트를 몇 가지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김시종은 일본에서 산다는 사실을 이렇게 해석한다. 재일동포는 재일을 ‘우연’한 것으로 치부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의 ‘풍토’를 적는다는 “과장된 자세”가 필요했다고 말한다. 사전적으로 풍토기란 지역별 풍습, 풍속 등의 기록이다. 일본이라면 도쿄나 오사카 등 개별 지역의 문화 풍습을 기록한 문헌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김시종이 굳이 ‘일본’풍토기라는 “과장된 자세”를 취한 것은 재일조선인의 눈에 보이는 사회, 문화, 역사를 ‘일본’이라는 하나의 덩어리로 파악하는 것이 그 풍토 속에 있는 재일조선인의 삶의 모습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을 수용한 자신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대상화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 살아 있다는 사실을 ‘우연’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식민지의 경험까지 포함해 ‘일본’을 대상화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과장된 자세”라는 말도 지나치게 큰 주제를 굳이 선택했다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재일’을 살 때 피할 수 없이 요구되는 ‘일본’과 대면하는 방식임을 의미한다.
이어 「후기」에서 김시종은 “그런 만큼 나로서는 자신의 창작 활동과 일본의 현대시 운동 사이의 결속을 더욱더 신경 써야만 한다”, “이 시집도 일본의 현대시 운동이라는 선상”에서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왜 일본에서 사는 것을 ‘우연’이라고 하지 않는 것이 일본의 현대시 운동과 연결되는가. 이에 대해서는 1950년대 초부터 전개된 일본의 문화운동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과학자협의회는 일본이 아직 GHQ 통치하에 있던 1951년과 52년에 이시모다 타다시를 중심으로 한 ‘국민적 역사학운동’을 추진하기로 조직적으로 결의한 바 있다. 노동자 농민들이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역사를 써 나가려는 운동이다. 아래에서부터 역사를 기술함으로써 전쟁에 돌입했던 시기와는 다른 ‘국민’과 ‘국민에 의한 역사’의 재창출을 목표로 하였기 때문이다.